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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블루레이/아시아 영화(80년대 이후)

아비정전 阿飛正傳

by caswc 2022. 7. 30.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는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그녀와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한다. ‘루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그와의 1분을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은 [열혈남아]로 데뷔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그의 영화세계를 상징하는 대표작 중 하나다. 데뷔작 [열혈남아]가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거둔 직후, 제작자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권을 위임받은 왕가위는 당대 홍콩스타인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장학우, 양조위 등을 캐스팅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내세운 차기작 [아비정전]을 제작한다. 제작자 입장에서야 당대 잘나가는 느와르 장르를 원했겠지만 결과물은 이와는 거리가 완전히 먼 예술영화였으니 워낙 시대를 앞서간 감각이신지라 관객들로부터 야유와 외면을 받고 흥행에 폭망했다(...)

당초 2부작으로 기획했으나 흥행실패로 제작사가 망하는 등 곡절을 겪으면서 속편 제작은 완전히 무산. 결말에 나왔던 양조위 장면도 완전 뜬금없는 장면이 되어버렸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작품성은 인정받아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했으며 시간이 흘러 관객들로부터도 재평가를 받았으니, 오늘날 널리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됐다.

[아비정전]은 오늘날 왕가위로 대표되는 촬영기법과 나레이션, 주제의식, 인물간의 관계와 심리묘사 등이 본격적으로 구현된 작품이니 당대 홍콩영화와 구별되는 차별성을 지닌 예술영화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여러모로 공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초기작인데다 왕가위의 의도대로 작품을 마무리 짓지 못하다보니 후반부 부실한 전개라던가 뜬금없는 결말 등 부족한 구석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부족한 점도 어찌보면 매력적이다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노바미디어에서 출시한 블루레이는 리마스터링 신판이라 화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2014년 조이앤컨텐츠그룹에서 출시했던 블루레이의 화질은 개인적으론 소장하지 않아서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공통된 증언으로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했던걸 봐서는 이동진 코멘터리가 없어도 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그냥 신판을 사는게 나을 듯 하다. 리마스터링을 거치면서 디테일, 그레인 등 전반적인 화질은 개선됐지만 녹색 색감이 상당히 강해진 것도 특징. 영화 전반에 녹색 필터를 깔아놓은 듯한 느낌인지라 이 지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던 [화양연화]하고는 다르게 영화에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지라 나쁘진 않았다.

스페셜 피쳐로는 크리스토퍼 도일과 장만옥의 인터뷰가 있으며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 CHRISTOPHER DOYLE (10분 56초)
- MAGGIE CHEUNG MAN YUK (4분 19초)
- TRAILER (2분 44초)

 

<블루레이 화면 캡쳐>(누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