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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블루레이/서양 영화(80년대 이전)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by caswc 2021. 5. 30.

 

 

* 여건상 일반 블루레이로 찍었습니다.

 

1964년 조지 쿠커가 연출을 맡고 오드리 햅번이 주연을 맡은 <마이 페어 레이디>는 1913년 공개된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피그말리온>은 초연 직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원작자의 의도와 관객들이 원하는 바가 충돌하면서 여러모로 화젯거리를 낳기도 했다. 버나드 쇼는 히긴스와 일라이자가 맺어지지 않는 결말을 의도했지만 관객들은 해피엔딩을 원했던 것. 오죽했으면 1916년 인쇄판에 둘이 맺어질 수 없는지 밝혀놓은 장문의 후일담을 쓸 정도였을까. 1938년 제작된 영화판은 버나드 쇼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였지만 원작자의 동의없이 감독 임의대로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장면을 넣었고 비평과 흥행에서 대성공.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쇼는 아카데미 수상을 거부하진 않았다) 쇼는 1941년 개정판에서 하긴스가 일라이저와 프레디의 결합을 언급하는 엔딩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긴 시간 동안 원작자는 자신이 의도한 엔딩을 고수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쇼가 세상을 떠나고 1960년대 들어서 제작자 입맛대로의 뮤지컬판 <마이 페어 레이디>가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전례없는 거액의 판권료까지 치뤄서 제작한 본 영화는 캐스팅이라던가 배우의 더빙 문제 등 여러가지로 화제거리를 낳았지만, 비평과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수상하며 고전으로 남게 된다. 다만, 앞서 말한 캐스팅과 더빙 문제 탓에 오드리 헵번 본인의 커리어에는 상처로 남았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2시간 50여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역시 고전은 고전답게 상당한 재미를 안겨준다. 오드리 헵번 본인에게는 흑역사일수 있겠지만, 한창 시기에 출연한지라 연기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헵번의 물만난 연기력과 화려한 영상미와 연출, 음악 등 말 그대로 당대 헐리웃 시스템이 낳은 대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이제 시간도 지났으니만큼 한번쯤은 원작자의 의도대로의 영화판을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현대풍 각색이니 뭐니는 빼고 말이다.

<블루레이>
<마이 페어 레이디>는 1994년 영화사학자 로버트 A. 해리스의 주도 하에 복원된 바 있다. 2011년 출시된 초기판 블루레이는 허접한 화질로 큰 실망을 안겨주었는데 과거 복원을 주도한 해리스 조차도 2011년판 블루레이는 사지 말라고 했을 정도. 이후 해리스가 직접 참여하여 오리지널 네거티브 8K 스캔과 65mm 필름 4K 스캔을 한 직후 대대적인 복원을 거치고 2015년 50주년 기념판으로 출시되었다. 

화질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 고전영화가 이만한 디테일과 화질을 보여주는 것도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국내판은 북미판에 있던 풍부한 스페셜 피쳐를 누락시킨채 본편만 들어있는 디스크만 정발되어 욕을 먹었고 이는 4K 정발 디스크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스페셜 피쳐 누락이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블루레이 화면 캡쳐>(누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