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wc 2022. 7. 17. 21:17

"전쟁이 나자 빨치산들이 산골짜기 대밭마을의 남자들을 모조리 끌고 가서 마을에는 남자들이 없다. 점례(주증녀)는 국방군으로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시어머니(한은진)와 함께 노망기 있는 시할아버지, 폭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시누이를 보필하며 살고 있다. 사월(도금봉)은 빨치산으로 소식이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어린 아들과 친정어머니(황정순)와 함께 살고 있다. 마을에 인민군이 오면 인민군대로, 국방군이 오면 국방군대로 양식을 징수해가고, 아낙들은 신세를 한탄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빨치산 혐의로 산에 숨어든 규복(신영균)이 점례를 붙들고 도움을 요구하고, 두 사람은 정을 통하게 된다. 두 사람은 대나무밭에 규복의 은신처를 마련하고 밤마다 만나는데 이를 사월이 눈치 채고 만다."

김수용 감독의 1967년작 [산불]은 1963년 [현대문학]에서 발표한 극작가 차범석의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60년대 한국영화에는 일종의 문예영화 붐이 불었으니 국가차원에서 내세운 영화정책과 맞물려 훌륭한 원작을 영상으로 옮겨 보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고, 그 붐에는 김수용 감독이 중심에 있었다. 김수용 감독은 60년대 엄청난 다작을 하면서도 훌륭한 걸작들을 만들어냈으니 그중 대표작으로 바로 이 [산불]이 되겠다.

[산불]은 전쟁의 비극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쟁과 이데올로기를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비추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전쟁 와중에 남자라고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배경으로, 숨어사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두 여인의 욕망과 파국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니 영화의 강렬함과 대담함은 60년대 한국영화의 걸작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뛰어났다. 고전영화로서 재미도 상당했던 작품인데 특히 마지막에 숲을 불을 지르는 시퀀스의 대담함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진짜로 불을 질러서 배우가 화상을 입을 뻔 했다고 한다)

산불은 67년과 77년, 89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81년에는 KBS TV 문학관에서 방송된 바 있다. 77년과 89년판은 볼 길이 없어 뭐라 할 수는 없지만, TV문학관 판은 67년 영화판의 대담함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 또한 1977년 김수용 감독이 직접 컬러로 리메이크한 [산불]은 한국영화의 암흑기와 맞물려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조용히 잊혀졌다. 

<블루레이>
[산불]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022년 블루레이 첫 타이틀로 출시하였다. 복원노트에 따르면 2012년 2K 해상도로 스캔 및 디지털 편집과 색재현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2021년 (주) 화력대전과 함께 추가로 개선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한 타이틀답게 뺴어나지만 그래도 4K로 추가작업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화질은 지금도 훌륭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그런 정도는 되겠다. 

스페셜 피쳐로는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코멘터리와 복원전후 영상이 수록되었다. 또한 본 영화에는 특이하게 남자 주인공의 회상이 컬러 시퀀스로 처리되었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시한 60년대 한국고전영화 중에 처음으로 컬러영상이 수록된 셈이 되었다. 60년대 한국고전영화 중 컬러영화는 해외까지 통틀어 블루레이로 출시된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만큼 상당히 귀중한 영상이 아닌가 싶다.

스페셜피쳐 Special Features

- 음성해설 Commentary
정성일(영화평론가 & 감독)
Commentary by Chung Sung-ill(Film Critic & Director)

- 복원 전후 영상 Digital Restoration : Before & After

<블루레이 화면 캡쳐>(누설주의)